우체통
By Kim Hyesoon
얼굴을 붉힌 채 기다리고 있다 해야 하나. 이별하려고 기다린다는 말은 말아야 하나. 순결이란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굴까.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인 사람. 창구에 앉은 여자처럼 받은 것은 무조건 돌려보내는 나를 뭐라고 해야 하나.
이미 피를 흘려봤다고 해야 하나. 피 묻은 얼굴이라고 해야 하나. 들어온 것은 반드시 내보내는 가엾은
심장이라고 해야 하나. 흰 손바닥이 가슴에 들어왔다 나간다. 영장류의 손바닥은 왜 비닐 코팅된 감촉일까.
생은 막 幕 일까. 나는 너에게 당당히 말한다. 나는 너를 간직하지 않겠다.
불 꺼진 부화기 안에서 불을 켜달라고 소리쳐야 하나. 익일 특급 우편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아이를 싸서
주소를 쓰고 침을 발라 눈을 감긴다. 온몸 가득 스탬프 찍어 아이를 반송한다. 자꾸만 돌아오는 아이를
또다시 보내려고, 아침 9 시부터 문을 열었다가 정각 5 시에 닫는다고 정문 앞에 고지해야 하나.
눈보라 치는 거리에서 가슴을 열고 있다고 해야 하나. 취급 주의 꼬리표를 붙여서 이 사연 좀 가져가라 해야
하나.
Notes:
Read the English-language version, "Mailbox."
Copyright Credit: Kim Hyesoon, "Mailbox" from Phantom Pain Wings. Copyright © 2017 by Kim Hyesoon. Reprinted by permission of Moonji Publishing Co.,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