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 동지
By Kim Hyesoon
눈이와
흰 벌판 한가운데
물로 만든 척추처럼
개울이 흘렀다
나는 팥죽을 쑤었다
오른쪽 폐에서 피떡처럼
검붉은 기침이 펄떡거리고
집을 떠나 이곳에 오면서
이름도 적지 않고
초대장을 보냈는데
꼭 올 것만 같았다
공중에서 내려온
흰 시트를 헤치자
아빠, 너가 서 있었다
팥이 다 익었을 때
두 눈에 맺힌 아빠를 닦으며
흰 설탕을 넣었다
눈이 더 와
흐르는 물로 만든 척추를 가진 새가
거대한 날개를 털며
일어나는 게 보였다
작은 물고기들이
폭설처럼 쏟아졌다
쏟아지고 나니 다 은빛 티스푼인
물고기들이었다
1. 오지 않은 날들이여
2. 오지 말고 돌아가라
풍경에서 소리가 다 없어졌다
나는 포스트잇에
아빠 잘 가라고 써야 할지
아빠 가지 마라고 써야 할지
동지의 레시피를 적었다
하얀 동그라미를 빚어
뜨거운 팥죽 속에 ○○○ 자꾸 밀어 넣었다
나의 일부를 밀어 넣는 느낌
죽은 사람과 뭘 하며 밤을 보내지? 생각했다
살을 만지고 싶은데
물 뼈의 풍경이었다
왠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날들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한 국자 한 국자
눈밭에 팥죽을 던졌다
눈 속에 피가 활짝 피었다
Notes:
Read the English-language version, "Winter Solstice Recipe."
Copyright Credit: Kim Hyesoon, "Winter Solstice Recipe" from Phantom Pain Wings. Copyright © 2017 by Kim Hyesoon. Reprinted by permission of Moonji Publishing Co., Ltd..